오늘은 드물게 7시 15분 즈음 기상했다. 인후통이 심해서 잠을 너무 설치다 보니 늦잠을 잔 것 같다. 재작년까지 이렇게 목구멍이 아프다가, 작년은 조금 괜찮았는데... 창문에서 자꾸 담배냄새가 흘러들어온다ㅜ 인후통은 정말 정말 고통스러운 질병이다. 작년에는 고통이 덜해서 좀 나아진 줄 알았는데... 흑
기쁘게도 엉덩이 통증이 좀 덜해졌다. 이번에는 물병을 챙겨서 헬스케어 주스를 사기 위해 카페로 걸었다. 걸을 때랑 앉을 때는 아직 좀 아프다... 언니가 사 준 반바지를 입고 걸으니 시원하고 좋았다. 예전에는 제모 안 하면 신경 쓰여서 짧은 옷 못 입을 때도 있었지만, 나이 먹으니 다 부질없는 걱정인 것이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제모를 신경 쓰게 된 건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초등학생 때 친구가 도루코라는 면도날로 다리랑 겨드랑이를 문지르는 걸 보고 충격받았었는데, 그 친구가 털이 싫어서 제거하는 거라고 말해줘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털을 왜 신경 쓰는 거지? 그 생각만 들었다. 친구의 다리랑 팔은 제모를 하다가 베인 흔적도 있었다. 하지만 남은 학창 시절 동안 핌이 역시 여자는 제모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 시선이 주변을 점점 닮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도 적응의 한 부분이니까. (적응의 부자연스러움.)
제모를 잘 해내어 매끈매끈하게 다닐 때 느낀 것은, 또 다른 제거 거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셀룰라이트라는 게 있는데 굉장히 나쁜 것이고 보기에도 좋지 않대라던가, 가슴이 너무 크면 미련해 보여서 남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대라던가 광대뼈랑 턱이 너무 크면 고집이 세 보여서 좋지 않다라던가... 뭘 제거하면 다른 제거할 거리가 생겨난다. 성장하면서 하나 둘 늘어가는 콤플렉스에 사람 많은 곳에 있을 땐 늘 긴장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런 것에 너무 적응되어버린 것 같아서 어떤 것이 진짜 내 생각인지, 살아가면서 주변으로부터 주입된 생각인지 분간이 잘 안 간다. 확실한 건, 제모를 해도 크게 외모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 미미한 수준의 인상만 바뀌고. 인상이 바뀐다 해서 별다른 행운이 생기거나, 진로가 열린다거나 하지는 않더라. (애초에 그게 당연하지만.)
지금은 영 신경 쓰일 땐 정돈을 하고, 귀찮을 땐 고민 말고 대충 살자... 이 정도.
이런 것들이 바이러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위생을 기준으로 생각해봐도 그렇게 털 같은 것에 민감할 거면 수영장이나 목욕탕에는 무좀 같은 감염성 피부질환 있는 사람들은 절대 못 들어가게 해야 하고 들어가면 범칙금 내게 해야 한다... 수영장이 특히 너무나 위험한데, 수영장 물은 피부 면역력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감염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수영장 이용객의 무좀이나 피부질환력보단 겨드랑이 털에 더 민감해한다. 어떤 수영인의 영상에서도 수영장에서 털은 좀 깎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더라. (핌이는 깎던 말던 자유라고 생각한다. 다만, 제모에는 상당한 후처리가 필요하다. 옛날 사람인 핌이는 제모 시 주위사항을 전혀 모르고 어릴 적부터 혼자 제모하다가 병을 얻어버렸다...)
그리고 살면서 아무리 제모 열심히 하고 살아봐도, 주변 시선 위해 제모하느라 수고했다면서 인그로운 방지 연고 사다가 발라주는 사람은 한 명도 안 생기니까~ 인그로운 방지 연고 대신 엉덩이 연고나 꾸준히 발라야겠어...
사진이 퍼렇게 찍혀서 색온도를 좀 높였다.
오늘은 음료만 사서 바로 집에 올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왠지 물병을 챙겨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 혹시라도 물병에 담아달라고 하면 성가시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들었다. 입구도 크고 깨끗한 물병이지만... 예전에 카페 직원들은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할 때 어떤 이유들이 있어서 은근히 좋아하지 않는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났다. 잘 기억이 안 나니까 더 걱정.
그래서 주문할 때 먹고 간다고 한 다음, 매장 컵에 담아 나온 걸 병으로 옮겨서 가져가 버릴까 하다가 얼떨결에 '가져갈 건데 혹시 이 병에 담아주실 수 있나요?' 하고 원하는 그대로 말해버렸다. 직원분은 '네!' 하더니 '뚜껑 좀 열어서 주시겠어요?' 하시길래 뚜껑 열어서 물병 드렸고, 그냥 그렇게 집에 잘 담아갖고 왔음. (... 음료 한번 먹는데도 걱정 한가득이네)
그렇게 잘 사온 주스랑 어제 포기했던 스팸 도시락, 내복약을 먹었다. 그리고 두 번째 식사엔 어제 먹다 남긴 파스타를 먹었는데, 약 챙겨 먹은 기억이 안 난다ㅠ. 좀 고민하다가 그냥 건너뛴 걸로 하고, 저녁에는 토마토랑 과자를 곁들여 먹고, 저녁 약을 먹었다. 점심 약 안 먹었다고 뭐 큰일 나지는 않을 거야...
오늘 하루는 너무나도 잘 먹었기 때문에, 해 지면 조금 멀리 장 보러 걸어갈 생각이다.
그리고 글 두 개 더 쓰고, 그림 그리고, 공부도 하고, 게임도 하고 싶지만... 그걸 다 하면 수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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