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를 재보면 물리법칙이란 일반적인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오늘 핌이는 6시에 일어나서 미적미적 내원 준비를 하고 엉덩이 병원에 다녀왔다. 볼 일이 있어서 은행도 다녀왔다. 버스만 타고 돌아다녔는데 앉아있으니까 너무 아파서 거의 서있었다. 스윗한 제주 사람들은 버스 좌석을 비워주어도 앉지 않는 이 여성을 의아한 눈길로 몇 번 보았다. 그래서 엉덩이 대신 들고 있던 가방을 비워주신 좌석에 앉혔다. 버스 기사님들은 핌이가 버스에 오를 땐 상냥하게 인사를 받아주시면서도, 양보하지 않는 미성숙한 운전자에게는 거침없는 욕설을 하셨다. 그 와중에도 핌이는 어떻게 있어야 엉덩이가 덜 아픈지에 온 정신이 쏠려있었다. 오늘 핌이는 손 잡아주셨던 병원 간호사 선생님과의 이별이 아쉬웠다. 핌이의 질문에 따뜻하게 답해주시며 엄마 같은 손길로 머리를 넘겨주시는 바람에 눈물이 핑 돌면서 안아달라고 할 뻔 했으나 그런 무례를 저지른다면 제정신 아닌 게 들키기 때문에 감사인사만 드렸다. 그런데 웬걸, 나쁜 것이 아직 남아있는데 급한 건 아니어서 그건 수술 안 했다고 아프면 또 와야 한다고 하시네. 하... 하하.. 하하하핳핫
공복 상태로 돌아다니던 핌이는 파리바게트에서 로스트 치킨 샐러드를 샀지만 그 이후에도 먹지를 못하고 계속 돌아다녔다. 약도 못 먹고 밥도 못 먹고 비실비실 걸어 다니면서 끙끙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집에 온 후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샐러드를 먹었다. 샐러드랑 내복약, 진통제를 한꺼번에 먹었다. 샐러드 먹기 전에 몸무게부터 재봤는데 45.9kg????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돌아다녔는데 오히려 몸무게가 늘어나다니, 창조경제를 목격했다.
이쁜 마음씨를 가진 이가 냉장고에 핌이를 위한 간식을 사다 둔 것을 보고 너무나 놀라버렸다. 핌이꺼가 확실한 것이, 푸딩이랑 커피 먹으라고 확인 메시지까지 왔으니까~ 얼마 전에 언니가 병실로 사 왔던 네모난 케이크와 맥도날드 간식들이 생각나네... 나중에 언니 온 이야기 쓸 때 사진 올릴 것임. 밥 챙겨 먹는 것을 등한시하는 핌이의 주변에는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 우리 아부지도 한 박스씩 음식이랑 마스크랑 잡다한 용품을 보내주시고는 한다. 뇌 님께서는 핌이가 패배자인 것처럼 매일매일 농간을 부리지만, 사실은 꽤 사랑받는 중인 것 같은데...
왜 뇌 작가는 항상 못되고 심술 맞은 생각만 들게 하는 걸까? 두개골에 숨어갖고는 비겁한 놈. (또 혼자 이러네)
다이어트한다고 라면 안 먹는 거 반대한다. 분명 라면은 좋은 대체식사다. 유탕면 말고 건면 한정해서 하는 얘기.
건면은 끓여서 국물은 버리고 먹는다. 닭가슴살 통조림을 위에 올리거나, 우유를 조금 붓거나, 오늘처럼 진미채를 얹어먹거나. 면이 너무 건조하면 물을 조금 붓는다. 라면에 이게 뭔 짓이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해도 맛있음.
사실은 요즘 방치하고 있는 일들이 한 두 개가 아닌데... 베란다 천장에 물이 새서 조명이 고장 났다. 윗 집이 세탁할 때마다 조명에 물이 가득 찬다. 그 물이 넘쳐서 우리 집 빨래로 떨어지고 있는데 방치 중이다. 신축건물인데 왜 이런 것인지 문의해야만 하지만, 안 하고 있구나.
또 하나는 밥솥 내부 뚜껑 손잡이가 사라진 것이다. 손잡이만 구입을 하든지 해야 밥을 지어먹을 텐데 아무것도 안 하고 방치 중이고... 밥 대신 라면 저렇게 먹고 있는 것. 흐으음... 몰라 귀찮아...
몸도 안 좋은데 레몬주스가 괜찮을까 싶긴 하다. 오히려 엉덩이 낫는 데에 나쁜 영향을 주는 중 이라면 큰 배신감 느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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